"Ending extreme poverty whatever it takes"
"무슨 일이 있어도 극빈을 끝냅니다."
컨선월드와이드는 멋진 슬로건을 가지고 전 세계 가장 취약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국제 인도주의 전문기관입니다. 이 멋진 슬로건은 말에 머물지 않습니다. ‘사업’을 통해 구체화되고, 현실화됩니다.
현재 컨선월드와이드는 가장 도움이 절실한 24개국에 집중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컨선월드와이드 한국은 에티오피아, 케냐, 방글라데시 3개국에서 현장 사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컨선의 사업 사전]은 나라와 사업을 하나씩 펼쳐 그 안에 담긴 고민과 변화의 이야기들을 기록합니다. 깊은 현장 이해와 수많은 고민,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땀과 시간, 그리고 조금씩 드러나는 변화의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하나의 이야기가 됩니다. 그 첫 번째 기록은 머나먼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시작됩니다.
에티오피아에서 만난 두 여성 이야기

재봉틀 앞에 앉아 천을 고르고, 바늘을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여성이 있습니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키르코스 지역에 살고 있는 메세렛(Meseret) 님입니다. 메세렛 님은 지난 12년간 두바이에서 가정부로 일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와 작은 화장품 가게를 열었습니다. 오랜 타국 생활 끝에 시작한 자신의 가게였습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지역 개발 사업으로 가게가 갑작스럽게 철거되면서, 그녀는 하루아침에 생계의 기반을 잃었습니다.
“모든 일이 너무 갑작스럽게 진행됐어요. 고객들에게 받을 돈조차 정리하지 못한 채 가게를 비워야 했죠.”
그 이후 메세렛 님은 2년 동안 일을 구하지 못한 채 지냈습니다. 익숙했던 일터도, 다시 시작할 자본도 없었습니다.
“다행히 컨선의 프로그램 참여자로 선정되어 직업기술교육에 참여할 수 있었고, 이는 제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의류 수선과 봉제 기술에 대한 이론과 실습을 배우며 새로운 역량을 쌓을 수 있었어요. 이 분야를 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정말 기쁩니다.”
메세렛 님에게 재봉틀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희망의 신호였습니다.
아디스아바바의 또 다른 지역, 예카에는 하와(Hawa)라는 여성이 살고 있습니다. 두 어린 자녀를 키우는 어머니인 하와 님은 지난 4년간 커피를 만들어 팔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가게는 몸을 돌릴 공간도, 장비를 둘 자리도 없는 작은 공간이었습니다. 또한 아이들을 돌보고 식사를 준비하면서 장사를 이어가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루의 대부분은 분주하게 흘러갔지만, 수입은 늘 제자리였습니다.
“컨선의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후 제 생계에 큰 변화가 생겼어요.”

현금 지원금을 받은 하와 님은 커피 판매를 조금씩 확장했습니다. 커피에 더해 수프와 설탕, 생수도 함께 팔기 시작했고, 사업에 필요한 장비도 하나 둘 갖출 수 있었습니다.
“전통적인 저축 모임인 에쿠브(equb)에 참여하면서 정기적으로 저축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재정적인 자립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아이들에게 충분히 먹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결혼식이나 선물 교환 같은 사회적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어 공동체와 더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에티오피아 도시 빈곤의 현실
두 여성이 살고 있는 예카와 키르코스 지역은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위치한 비공식 정착촌 밀집 지역입니다. 이 지역에는 최근 몇 년 사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더 나은 삶을 찾아 도시로 온 사람들이지만, 떠나온 이유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에티오피아 곳곳에서는 오랜 시간 분쟁이 이어져 왔습니다. 80개가 넘는 민족으로 구성된 이 나라는 각 지역이 고유한 정체성과 권리를 중심으로 자치를 주장해 왔고, 그 과정에서 갈등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무장 충돌이 일상처럼 이어지며, 사람들은 더 이상 고향에서 삶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가뭄이 겹쳤습니다. 2020년부터 이어진 극심한 가뭄은 농사와 가축에 의존해 살아가던 많은 이들의 생계를 무너뜨렸습니다. 땅이 말라 가자 사람들은 생계 수단과 삶의 터전을 뒤로한 채 여지없이 도시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도시에 도착한 이주민들을 기다리고 있던 현실은 또 다른 어려움이었습니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고, 주민 등록이나 전입 신고의 한계로 공공 서비스나 금융 제도에 접근하는 데에도 제약이 따랐습니다. 학교를 중도에 그만둔 청년들, 자산을 모두 잃은 여성들은 하루 벌어 하루를 버티는 삶으로 내몰리기 쉬웠습니다.
도시 비공식 정착촌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을 품게 되었고, 그만큼 더 깊은 빈곤이 쌓여갔습니다. 메세렛 님이 갑작스러운 철거로 일터를 잃고, 하와 님이 좁은 공간에서 생계를 이어가야 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도시의 극빈층을 위한 컨선의 해답
메세렛 님과 하와 님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일할 수 있는 기술’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필요로 했다는 점입니다. 컨선월드와이드 한국은 이러한 필요를 바탕으로,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예카와 키르코스 지역에서 하나의 질문을 던졌습니다.
“도시의 극빈층이 다시 일어설 수 있으려면 무엇이 가장 먼저 필요할까?”
그리고 <에티오피아 도시 극빈층 민간 연계형 직업기술 개발을 통한 생계 개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 사업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도시 빈곤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과 청년들이 지속 가능한 생계를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도시로 유입된 극빈층 주민들이 마주한 현실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안정적인 일자리는 부족하고, 기술과 자본은 충분하지 않으며, 제도권 금융이나 공공 서비스에 접근하는 데에도 여러 장벽이 존재합니다. 컨선은 이러한 상황에서 단기적인 지원이 아닌 스스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이를 위해 사업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민간 부문과 연계한 직업기술 훈련입니다. 컨선은 아디스아바바의 산업 구조와 노동시장 수요를 분석해 실제로 일자리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훈련을 설계했습니다. 훈련은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참여자들은 단기 직업훈련을 이수한 뒤 민간 기업과의 협약을 바탕으로 현장 실습에 참여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훈련이 곧바로 임금형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 방식은 훈련을 받은 사람이 실제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동시에 기업에는 필요한 인력을 공급하는 구조를 형성합니다. 이를 통해 훈련이 실제 일자리로 이어지지 못하는 문제를 줄이고 보다 지속 가능한 일자리 환경을 만들어가고자 했습니다.
두 번째는 자영업을 선택한 주민들을 위한 창업 지원입니다. 모든 참여자가 임금 노동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소규모 창업 역시 중요한 생계 경로로 보았습니다. 컨선의 창업 지원은 단순한 현금 지원에 그치지 않습니다. 참여자들은 기본적인 사업 관리 교육을 받고, 시장 수요를 고려한 창업 계획을 수립합니다. 이후 초기 자본을 지원받고, 지역사회 기반의 저축 모임이나 소액금융기관과 연계되어 저축과 대출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받습니다. 이를 통해 창업이 일회성 시도로 끝나지 않고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특별히 이 사업은 시작 단계부터 여성과 청년층을 주요 대상으로 설정했습니다. 에티오피아의 도시 빈곤 지역에서는 여성과 청년이 실업과 불안정 노동에 가장 크게 노출되어 있으며, 교육과 소득 기회에서도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성이 이끄는 가구에 주목했습니다. 여성의 소득 증대는 가구 전체의 식량 안정과 아동의 교육, 가정의 안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실제 1차년도 사업 참여자의 약 90%가 여성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비르투칸 카사훈(35) 님은 두 아들을 키우는 싱글맘입니다. 사업에 참여하여 지원을 받아 제빵 사업을 차근차근 키워가고 있습니다.
현장이 가르쳐 준 세 가지 교훈
2024년 4월에 시작된 이 사업은 3개년 사업으로 계획되어 2026년 12월까지 진행됩니다. 이 사업은 처음부터 정답을 알고 시작한 프로젝트는 아니었습니다. 도시의 극빈층을 대상으로 한 생계 지원은 언제나 변수와 함께 움직입니다. 사업을 진행하며 때때로 시행착오도 겪지만 모든 경험과 데이터들은 앞으로의 사업을 진행해 나아가는 데 큰 자산이 됩니다. 1년 차 사업을 마무리하고 2년째 사업을 시작하면서 컨선은 몇 가지 교훈들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비르케 님은 사업 운영 역량을 키우며 수입과 지출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변화가 삶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첫째, 노동시장의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한 기술 훈련 분야 선정이 필요합니다.
사전 조사에서는 건설과 제조 분야가 유망한 직업훈련 영역으로 제시되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사업 시행 과정에서 노동시장 분석과 참여자 평가 결과를 반영해 1차 연도에는 직업기술훈련 분야를 식품 제조, 미용 서비스, 의류 제작으로 조정하여 진행하였습니다.
한편, 미용 및 식품 조리 등 일부 훈련 분야에서는 훈련 인프라와 기자재 부족, 제한적인 실습 환경으로 인해 현장 연계에 어려움이 확인되었습니다. 종합적인 판단하에 2차 연도에는 가죽제품 생산, 배관 수리, 전기 설비, 환경 조경, 의류 제작 분야로 대체 및 확대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노동시장 환경과 훈련-고용 간 연계성을 고려할 때, 훈련 분야의 유연하고 전략적인 조정은 필수적이었습니다. 이 사업은 매년 노동시장 조사나 공동 모니터링 결과를 반영해 훈련 분야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고, 훈련의 실질적인 효과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둘째, 외부 리스크에 대한 조기 대응체계 구축이 필요합니다.
도시 환경에서의 사업은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과 맞닿아 있습니다. 미용 교육 기자재 중 일부는 수입품이라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조달이 지연되기도 하고, 신선도가 중요한 조리용 기자재가 제때에 배송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변수는 도시 재개발이었습니다. 사업 기간 중 진행된 재개발로 인해 메세렛 님과 같은 일부 참여자들은 주거지에서 퇴거하거나 생계 활동 공간을 잃는 상황을 겪었습니다. 이는 곧바로 소득 중단과 생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현장에서는 언제나 변수가 생깁니다. 대대적인 도시 재개발 사업, 수입 기자재의 조달 지연 등. 이런 위험을 미리 파악하고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컨선에서는 위기 대응 모듈을 통해 이러한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고, 주요 위험 요인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해서 모색하고 있습니다.
셋째, 지역사회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사업은 다양한 지역사회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추진되었습니다. 공립 직업기술훈련원(TVET)은 직업 기술 훈련을 담당했고, 여성창업협회(WISE)는 여성 기업가들의 사업 개발을 지원했습니다. 또한 참여자들이 금융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기반 저축·신용협동조합과 파트너십을 맺어, 사업 활동의 연속성과 사회적 보호를 한층 강화했습니다. 민간 파트너들은 실습 현장을 제공해 향후 잠재적인 고용기회를 열어 주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협력 구조 속에서 사업 참여자들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지역사회의 다양한 주체들과 연결되는 경험을 쌓게 됩니다. 이를 통해 향후 생계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어디에서,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도 함께 높아집니다. 이는 사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참여자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스스로 자원을 찾고,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지역사회의 각 주체들이 고유한 역할을 인식하고 협력할 때 사업의 효과와 지속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연례 사업 검토 워크숍 참가한 지역사회 파트너 대표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 Photo: Concern Worldwide
오늘도 질문과 고민의 과정 속에서 에티오피아의 도시 한편에서는 누군가는 다시 일을 배우고, 다시 가게 문을 열며,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업은 완성된 답이 아니라 현장에서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메세렛 님과 하와 님처럼 다시 일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차곡차곡 쌓여만들어갈 내일의 미래를 기대하며 컨선월드와이드는 변화의 여정을 계속해 나아가겠습니다.
에티오피아 도시 극빈층 민간 연계형 직업기술 개발을 통한 생계 개선 사업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관련 인사이트 리포트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에티오피아 도시 생계 개선 사업 인사이트 리포트 바로가기
* 해당 사업은 한국 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Ending extreme poverty whatever it takes"
"무슨 일이 있어도 극빈을 끝냅니다."
컨선월드와이드는 멋진 슬로건을 가지고 전 세계 가장 취약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국제 인도주의 전문기관입니다. 이 멋진 슬로건은 말에 머물지 않습니다. ‘사업’을 통해 구체화되고, 현실화됩니다.
현재 컨선월드와이드는 가장 도움이 절실한 24개국에 집중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컨선월드와이드 한국은 에티오피아, 케냐, 방글라데시 3개국에서 현장 사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컨선의 사업 사전]은 나라와 사업을 하나씩 펼쳐 그 안에 담긴 고민과 변화의 이야기들을 기록합니다. 깊은 현장 이해와 수많은 고민,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땀과 시간, 그리고 조금씩 드러나는 변화의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하나의 이야기가 됩니다. 그 첫 번째 기록은 머나먼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시작됩니다.
에티오피아에서 만난 두 여성 이야기
재봉틀 앞에 앉아 천을 고르고, 바늘을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여성이 있습니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키르코스 지역에 살고 있는 메세렛(Meseret) 님입니다. 메세렛 님은 지난 12년간 두바이에서 가정부로 일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와 작은 화장품 가게를 열었습니다. 오랜 타국 생활 끝에 시작한 자신의 가게였습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지역 개발 사업으로 가게가 갑작스럽게 철거되면서, 그녀는 하루아침에 생계의 기반을 잃었습니다.
그 이후 메세렛 님은 2년 동안 일을 구하지 못한 채 지냈습니다. 익숙했던 일터도, 다시 시작할 자본도 없었습니다.
메세렛 님에게 재봉틀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희망의 신호였습니다.
아디스아바바의 또 다른 지역, 예카에는 하와(Hawa)라는 여성이 살고 있습니다. 두 어린 자녀를 키우는 어머니인 하와 님은 지난 4년간 커피를 만들어 팔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가게는 몸을 돌릴 공간도, 장비를 둘 자리도 없는 작은 공간이었습니다. 또한 아이들을 돌보고 식사를 준비하면서 장사를 이어가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루의 대부분은 분주하게 흘러갔지만, 수입은 늘 제자리였습니다.
현금 지원금을 받은 하와 님은 커피 판매를 조금씩 확장했습니다. 커피에 더해 수프와 설탕, 생수도 함께 팔기 시작했고, 사업에 필요한 장비도 하나 둘 갖출 수 있었습니다.
에티오피아 도시 빈곤의 현실
두 여성이 살고 있는 예카와 키르코스 지역은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위치한 비공식 정착촌 밀집 지역입니다. 이 지역에는 최근 몇 년 사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더 나은 삶을 찾아 도시로 온 사람들이지만, 떠나온 이유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에티오피아 곳곳에서는 오랜 시간 분쟁이 이어져 왔습니다. 80개가 넘는 민족으로 구성된 이 나라는 각 지역이 고유한 정체성과 권리를 중심으로 자치를 주장해 왔고, 그 과정에서 갈등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무장 충돌이 일상처럼 이어지며, 사람들은 더 이상 고향에서 삶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가뭄이 겹쳤습니다. 2020년부터 이어진 극심한 가뭄은 농사와 가축에 의존해 살아가던 많은 이들의 생계를 무너뜨렸습니다. 땅이 말라 가자 사람들은 생계 수단과 삶의 터전을 뒤로한 채 여지없이 도시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도시에 도착한 이주민들을 기다리고 있던 현실은 또 다른 어려움이었습니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고, 주민 등록이나 전입 신고의 한계로 공공 서비스나 금융 제도에 접근하는 데에도 제약이 따랐습니다. 학교를 중도에 그만둔 청년들, 자산을 모두 잃은 여성들은 하루 벌어 하루를 버티는 삶으로 내몰리기 쉬웠습니다.
도시 비공식 정착촌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을 품게 되었고, 그만큼 더 깊은 빈곤이 쌓여갔습니다. 메세렛 님이 갑작스러운 철거로 일터를 잃고, 하와 님이 좁은 공간에서 생계를 이어가야 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도시의 극빈층을 위한 컨선의 해답
메세렛 님과 하와 님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일할 수 있는 기술’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필요로 했다는 점입니다. 컨선월드와이드 한국은 이러한 필요를 바탕으로,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예카와 키르코스 지역에서 하나의 질문을 던졌습니다.
“도시의 극빈층이 다시 일어설 수 있으려면 무엇이 가장 먼저 필요할까?”
그리고 <에티오피아 도시 극빈층 민간 연계형 직업기술 개발을 통한 생계 개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 사업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도시 빈곤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과 청년들이 지속 가능한 생계를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도시로 유입된 극빈층 주민들이 마주한 현실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안정적인 일자리는 부족하고, 기술과 자본은 충분하지 않으며, 제도권 금융이나 공공 서비스에 접근하는 데에도 여러 장벽이 존재합니다. 컨선은 이러한 상황에서 단기적인 지원이 아닌 스스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이를 위해 사업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민간 부문과 연계한 직업기술 훈련입니다. 컨선은 아디스아바바의 산업 구조와 노동시장 수요를 분석해 실제로 일자리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훈련을 설계했습니다. 훈련은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참여자들은 단기 직업훈련을 이수한 뒤 민간 기업과의 협약을 바탕으로 현장 실습에 참여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훈련이 곧바로 임금형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 방식은 훈련을 받은 사람이 실제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동시에 기업에는 필요한 인력을 공급하는 구조를 형성합니다. 이를 통해 훈련이 실제 일자리로 이어지지 못하는 문제를 줄이고 보다 지속 가능한 일자리 환경을 만들어가고자 했습니다.
두 번째는 자영업을 선택한 주민들을 위한 창업 지원입니다. 모든 참여자가 임금 노동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소규모 창업 역시 중요한 생계 경로로 보았습니다. 컨선의 창업 지원은 단순한 현금 지원에 그치지 않습니다. 참여자들은 기본적인 사업 관리 교육을 받고, 시장 수요를 고려한 창업 계획을 수립합니다. 이후 초기 자본을 지원받고, 지역사회 기반의 저축 모임이나 소액금융기관과 연계되어 저축과 대출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받습니다. 이를 통해 창업이 일회성 시도로 끝나지 않고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특별히 이 사업은 시작 단계부터 여성과 청년층을 주요 대상으로 설정했습니다. 에티오피아의 도시 빈곤 지역에서는 여성과 청년이 실업과 불안정 노동에 가장 크게 노출되어 있으며, 교육과 소득 기회에서도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성이 이끄는 가구에 주목했습니다. 여성의 소득 증대는 가구 전체의 식량 안정과 아동의 교육, 가정의 안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실제 1차년도 사업 참여자의 약 90%가 여성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비르투칸 카사훈(35) 님은 두 아들을 키우는 싱글맘입니다. 사업에 참여하여 지원을 받아 제빵 사업을 차근차근 키워가고 있습니다.
현장이 가르쳐 준 세 가지 교훈
2024년 4월에 시작된 이 사업은 3개년 사업으로 계획되어 2026년 12월까지 진행됩니다. 이 사업은 처음부터 정답을 알고 시작한 프로젝트는 아니었습니다. 도시의 극빈층을 대상으로 한 생계 지원은 언제나 변수와 함께 움직입니다. 사업을 진행하며 때때로 시행착오도 겪지만 모든 경험과 데이터들은 앞으로의 사업을 진행해 나아가는 데 큰 자산이 됩니다. 1년 차 사업을 마무리하고 2년째 사업을 시작하면서 컨선은 몇 가지 교훈들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비르케 님은 사업 운영 역량을 키우며 수입과 지출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변화가 삶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첫째, 노동시장의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한 기술 훈련 분야 선정이 필요합니다.
사전 조사에서는 건설과 제조 분야가 유망한 직업훈련 영역으로 제시되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사업 시행 과정에서 노동시장 분석과 참여자 평가 결과를 반영해 1차 연도에는 직업기술훈련 분야를 식품 제조, 미용 서비스, 의류 제작으로 조정하여 진행하였습니다.
한편, 미용 및 식품 조리 등 일부 훈련 분야에서는 훈련 인프라와 기자재 부족, 제한적인 실습 환경으로 인해 현장 연계에 어려움이 확인되었습니다. 종합적인 판단하에 2차 연도에는 가죽제품 생산, 배관 수리, 전기 설비, 환경 조경, 의류 제작 분야로 대체 및 확대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노동시장 환경과 훈련-고용 간 연계성을 고려할 때, 훈련 분야의 유연하고 전략적인 조정은 필수적이었습니다. 이 사업은 매년 노동시장 조사나 공동 모니터링 결과를 반영해 훈련 분야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고, 훈련의 실질적인 효과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둘째, 외부 리스크에 대한 조기 대응체계 구축이 필요합니다.
도시 환경에서의 사업은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과 맞닿아 있습니다. 미용 교육 기자재 중 일부는 수입품이라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조달이 지연되기도 하고, 신선도가 중요한 조리용 기자재가 제때에 배송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변수는 도시 재개발이었습니다. 사업 기간 중 진행된 재개발로 인해 메세렛 님과 같은 일부 참여자들은 주거지에서 퇴거하거나 생계 활동 공간을 잃는 상황을 겪었습니다. 이는 곧바로 소득 중단과 생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현장에서는 언제나 변수가 생깁니다. 대대적인 도시 재개발 사업, 수입 기자재의 조달 지연 등. 이런 위험을 미리 파악하고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컨선에서는 위기 대응 모듈을 통해 이러한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고, 주요 위험 요인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해서 모색하고 있습니다.
셋째, 지역사회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사업은 다양한 지역사회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추진되었습니다. 공립 직업기술훈련원(TVET)은 직업 기술 훈련을 담당했고, 여성창업협회(WISE)는 여성 기업가들의 사업 개발을 지원했습니다. 또한 참여자들이 금융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기반 저축·신용협동조합과 파트너십을 맺어, 사업 활동의 연속성과 사회적 보호를 한층 강화했습니다. 민간 파트너들은 실습 현장을 제공해 향후 잠재적인 고용기회를 열어 주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협력 구조 속에서 사업 참여자들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지역사회의 다양한 주체들과 연결되는 경험을 쌓게 됩니다. 이를 통해 향후 생계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어디에서,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도 함께 높아집니다. 이는 사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참여자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스스로 자원을 찾고,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지역사회의 각 주체들이 고유한 역할을 인식하고 협력할 때 사업의 효과와 지속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연례 사업 검토 워크숍 참가한 지역사회 파트너 대표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 Photo: Concern Worldwide
오늘도 질문과 고민의 과정 속에서 에티오피아의 도시 한편에서는 누군가는 다시 일을 배우고, 다시 가게 문을 열며,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업은 완성된 답이 아니라 현장에서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메세렛 님과 하와 님처럼 다시 일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차곡차곡 쌓여만들어갈 내일의 미래를 기대하며 컨선월드와이드는 변화의 여정을 계속해 나아가겠습니다.
에티오피아 도시 극빈층 민간 연계형 직업기술 개발을 통한 생계 개선 사업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관련 인사이트 리포트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에티오피아 도시 생계 개선 사업 인사이트 리포트 바로가기
* 해당 사업은 한국 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