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에볼라의 교훈: 03. 모든 생존자는 환영받아야 한다
2020.03.30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확산된 가운데, 완치된 생존자들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한국에서는 완치된 환자를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모든 국가가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 때에는 생존자 가족들에게 무거운 낙인이 지워졌었습니다. 컨선월드와이드(이하 ‘컨선’)는 지난 2014-2016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사태에 대응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숨가쁜 바이러스 대응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점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오늘은 3부작 중 마지막 이야기를 전합니다.


첫 집단발병으로부터 18개월이 지난 2015년 8월 24일, 시에라리온의 마지막 에볼라 환자였던 아마다 산코가 완치 판정을 받았다 Photo: Jonathan Porter, Press Eye/Concern Worldwide

가족과 삶을 잃은 생존자

카디아투 콩테는 에볼라에 감염됐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제외하고 부모님부터 2살된 딸까지 모든 가족을 잃어야 했습니다. 너무 충격적인 사실이라 알게 되면 회복에 치명적일 수 있어서, 의료진은 그녀가 완치될 때까지 그 사실을 숨겼습니다. 가족의 소식을 들었을 때, 그녀는 더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다행히도 지역 공동체에서 가족을 잃은 그녀를 위로하며 품어주었습니다. 하지만 기댈 가족이 없는 카디아투는 새로운 생계 수단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컨선은 상담을 거쳐 그녀가 시에라리온 산업교육센터(Opportunity Industrialization Center)의 전기설비설치 교육과정에 등록하도록 도왔습니다. 18개월 교육 과정을 이수한 그녀는 시에라리온에 몇 명 없는 여성 전기 엔지니어로 새롭게 인생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컨선은 카디아투를 비롯해 에볼라 생존자들이 삶을 재건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Photo: Jonathan Porter, Press Eye/Concern Worldwide

환자 가족이라는 낙인

카디아투의 사례는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에 해당됩니다. 모든 생존자들이 그녀처럼 공동체에서 환대받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낙인이 뒤따른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그 피해가 가장 큰 곳은 학교였습니다.

에볼라 사태가 종식되고 학교도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부모를 잃은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사히 살아 돌아온 아이들에게는 환자 가족이라는 낙인이 따라붙었습니다. 학부모들은 그 아이들이 다시 질병을 옮길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두려워했습니다. 동시에 수많은 십대 여학생들은 학교가 멈춘 시간동안 임산부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녀들은 욕설과 폭력에 시달리며 학교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공식 교육 이전에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보호조차 약속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학교는 무엇보다도 안전한 공간이 되어야 했습니다. 컨선은 위생보건 프로그램과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특성과 종식을 정확하게 알리되,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대응법을 교육했습니다. 역할극을 통한 교육과 심리치료상담도 지원했습니다. 또한 교사와 학부모 위원회 운영 등 일련의 활동을 통해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지역 공동체에 재통합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에볼라 낙인이 찍힌 아이들에게 학교는 무엇보다도 ‘안전한 공간’이어야만 했다 Photo: Concern Worldwide

일상적 공중보건 강화를 위한 투자

서아프리카 국가들과 국제사회는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를 겪으며 공중보건 시스템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더디지만 이미 진행되고 있던 지역사회 공중보건 시스템 강화 노력은 에볼라 사태 이후 더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에볼라 바이러스 비일상적인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일상적인 공중보건 문제를 환기시켜주었습니다. 그것은 세계 최고의 신생아와 산모의 사망률 문제였습니다. 에볼라 바이러스로 사망한 시에라리온인은 2년반 동안 3,956명이었지만, 출산 중에 사망한 여성은 2015년 한 해에만 약 3,100명이었습니다.

컨선은 시에라리온 정부가 가정 분만을 금지하면서 일자리를 잃게 된 조산사들에게 주목했습니다. 그들은 임신과 출산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고 지역사회에 존경받는 여성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신생아필수돌봄단체(Essential Newborn Care Corp.)를 설립해 조산사들을 모았고,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의 지원하에 이들을 신생아-산모 보건요원으로 양성하는 혁신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가정을 방문해 임신부와 신생아의 건강을 체크하고, 건강 관리와 가족계획법을 알려주며, 분만시 병원으로 연계하고 있습니다.


보건요원으로 새롭게 태어난 200여명의 조산사들은 344개 마을의 신생아와 산모에게 보건서비스를 제공했다 Photo: Kieran McConville/Concern Worldwide

지역 병원과 현지 NGO의 탄생

지역 보건시설도 확충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에 에볼라 환자를 돌봤던 라이베리아의 지역간호센터들은 기초 보건서비스를 제공하는 치료센터로 전환됐습니다. 출산이나 질병 치료를 위해 5시간 이상 이동해야 했던 마을 주민들에게 처음으로 지역 병원이 생긴 것입니다. 처음에 문을 열었을 때에는 하루에 100명 넘는 환자들이 찾았습니다. 이후에도 하루에 50~60명의 주민들이 이 곳을 방문해 기본적인 의료품을 구하고 말라리아, 호흡기 전염병, 설사 등 질병을 치료받고 있습니다. 또한 안전한 출산도 이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더욱 의미있는 것은 시민참여의 변화였습니다. 컨선의 안전하고 존엄한 매장팀으로 일했던 일부 보건요원들이 미래의 바이러스나 전염병에 맞서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NGO를 설립하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단체를 세울 수 있도록 경험과 지식을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2017년에 시에라리온 산사태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그들과 함께 수인성 질환 확산을 막기 위해 함께 협력했습니다.


컨선 매장팀 보건요원들은 ‘Protect Sierra Leone’라는 환경보건 NGO를 설립했다 Photo: Jonathan Porter, Press Eye/Concern Worldwide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지금도 세계는 코로나19 외에 에볼라 바이러스와 아프리카돼지열병 등과 국경을 넘나드는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중요하며, 격리된 일상 속에서 인간의 존엄이 질식하지 않도록 돌보는 것이 필요하며, 기적적으로 생존자들을 환영하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미래의 바이러스에 준비하며 중앙과 지역의 공중보건 시스템을 강화하는 투자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그 관심은 한국은 물론 극빈 국가로도 향해야 합니다. 바이러스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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