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에볼라의 교훈: 02. 격리된 일상으로 인간의 존엄이 시들다
2020.03.18


코로나19(COVID-19)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격리와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 교류와 소득만 줄어드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존엄도 소리없이 질식하게 됩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은 이미 혐오를 동반하기 시작했습니다. 컨선월드와이드(이하 ‘컨선’)는 지난 2014-2016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사태에 대응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숨가쁜 바이러스 대응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점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오늘은 3부작 중 두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에볼라 의심환자가 먼저 찾는 시에라리온의 전국 1085개 보건시설이 최우선 예방 교육 장소였다. Photo: Kieran McConville/Concern Worldwide



지역사회 예방 최전선으로

2014년 8월부터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진자가 급증하자 의료 NGO들만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한 상황이 닥쳤습니다. 국제사회의 대응이 너무 느렸기에 현지 단체들이 더 많은 활동을 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인도주의단체인 컨선도 정보와 물품 제공이라는 지원활동에서 예방 활동 전면으로 나서야 하는 분기점이었습니다.

우리는 기존 활동과는 성격이 다를뿐만 아니라 경험이 없는 고도의 리스크를 감수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논의했고 기꺼이 이를 감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컨선은 에볼라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두 가지 주요 활동을 추가합니다. 하나는 ‘지역간호센터(Community Care Centre) 운영지원’이고, 다른 하나는 ‘존엄하고 안전한 매장(Safe and Dignified Burial)’이었습니다.


표 1.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감염은 2014년 10월경 정점에 이른다. Source: 질병통제예방센터



국가적 비상사태에 밀린 유족의 슬픔

확진자 숫자가 급증하면서 에볼라 치료병원의 침상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됩니다. 이에 경증 환자를 돌보기 위한 지역사회의 소규모 보건시스템이 요청되었고 그 일환으로 지역간호센터가 설립됩니다.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지역간호센터는 중증도별로 격리된 치료실을 포함해 변소, 정수시설, 소각로, 발전기 등을 보유했습니다. 하지만 그 역할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2015년 중반부터 확진자 숫자가 감소하면서 에볼라 치료병원의 수용 능력이 회복되었기 때문입니다.

컨선의 핵심 활동은 존엄하고 안전한 매장에 집중됩니다. 당시 에볼라 감염이 급증한 배경에는 루머와 미신 외에도 잘못된 매장 풍습이 있었습니다. 이를 감지한 시에라리온 국립에볼라대응센터는 컨선에 안전한 매장 프로그램 개발을 요청했습니다. 현지조사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허술한 시체 관리와 잘못된 매장 풍습이 감염의 70% 이상을 야기한 것입니다. 이와 함께 집단매장으로 인해 유가족이 고인을 찾아 애도할 길이 없다는 점도 새롭게 발견합니다.

이에 컨선은 시체 수거 시간을 단축시키고,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해 유족에게 알리며, 집단 매장에서 개별 묘지로 전환시켜 나갑니다. 그렇게 국가적인 비상사태 속에서 설 자리가 없었던 유가족의 슬픔을 달래고 함께 기억할 공간도 마련합니다.


기본 12명씩 10개 팀으로 구성된 컨선 매장팀은 1년간 1만3,500구의 시신을 감염없이 매장했다. Photo: Michael Duff/Concern Worldwide.



학교 교육이 10개월간 멈추다

에볼라 비상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곳곳에서 일상이 멈추게 됩니다. 하지만 영향력이 가장 큰 것은 개학 연기였습니다. 개학을 연기되면서 서아프리카의 미래도 멈추게 됩니다. 2014년 7월에 시에라리온과 라이베리아는 에볼라 감염을 막기 위해 학교를 폐쇄합니다. 수백만명의 아이들은 그 때부터 2015년 4월 중순까지 무려 10개월간 학교를 가지 못하게 됩니다.

학교 정지는 단순히 지식과 학업능력의 후퇴만을 의미하지 않았습니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공통의 사회적 보호를 제공했습니다. 에볼라 비상사태는 아이들을 사각지대로 내몰았고 불안하고 격리된 일상은 무기력과 우울증을 키웠습니다. 이에 컨선과 NGO들은 정부와 협력해서 2014년 10월부터 라디오 방송을 이용해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기초적인 읽고 쓰기와 수학능력을 높이는 교육을 구성하고 그에 필요한 태양광 라디오, 교재, 노트, 필기구를 함께 제공했습니다.


라디오 방송은 교육 외에도 일반인들의 의견을 공유하며 불안과 불신을 다독였다. Photo: Kieran McConville/Concern Worldwide



격리된 일상에 존엄을 배달하다

환자가 감소세에 접어들어도 지역사회 단위의 사회적 격리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활동이었습니다. 에볼라 환자와 접촉한 사람은 21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2명으로 구성된 컨선의 격리팀은 하루에 40가구를 방문하며 격리자들에게 필수품을 배달했습니다. 필수품 목록에는 식량, 라디오, 비누 외에도 아동용 도서도 포함되었습니다.

격리팀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격리자들의 삶의 질을 계속 체크하는 것이었습니다. 에볼라 환자의 가족에게는 사회적 낙인이 따라붙기 때문입니다. 환자 가족의 병세가 악화될 위급상황을 대비해 마을 지도자에게 돌봄과 긴급연락도 당부했습니다.

바이러스는 숨막히지만 일상적인 노력 속에서 점차 힘을 잃어갔습니다.


라이베리아의 컨선 격리팀이 시장을 방문해 격리자 가족에게 전달할 식품을 준비하고 있다. Photo: Concern Worldw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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