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식량 위기에 직면한 국가들의 명단이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시리아, 레바논, 예멘,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아이티, 남수단 등 그 명단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쟁의 영향으로 인한 석유와 가스 가격의 상승이 전 세계의 기본 공급 비용에 큰 영향을 주었고, 그 영향으로 세계 식량 시스템의 취약성에 잘 영향을 받지 않는 몇몇 유럽 국가에서도 빵과 같은 주요 품목의 가격이 최대 30%까지 인상되었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통해 이번 전쟁과 식량 시스템이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일들을 겪는다 해도 그 경험은 분쟁 가운데 놓인 사람들에 비해 정도가 약하고, 그것이 바로 식량 불안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분쟁이 생존을 위한 방법으로 여겨질 때, 즉 땅과 소를 빼앗기고 귀금속, 석유, 물과 같은 자원의 소유가 위태로울 때 굶주림은 분쟁을 만듭니다. 그리고 분쟁은 반드시 기근을 가져옵니다. 주요 작물의 핵심 수출국이었던 우크라이나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식량 불안은 이제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매우 현실적인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식량 시스템의 취약성에 대해 인식하고, 악화되는 식량안보 위기를 선제적으로 완화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합니다. 식량과 평화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우리나라도 과거 전쟁과 보릿고개의 경험이 있는 국가로서 이 두 가지 재앙을 해결하는 데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식량안보는 더 이상 매일 굶주리는 8억 1천100만 명의 사람들과 기근의 위험에 처한 4천100만 명의 사람들에 관한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