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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하고 안전한 매장의 탄생 - 에볼라 사태

2014년 1월 아프리카 기니에서 시작되어 확산된 에볼라 바이러스는 시에라리온과 라이베리아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켰습니다. 특히 시에라리온의 수도 프리타운(Freetown)은 인구 밀집도가 높아 피해가 더 컸습니다. 에볼라 바이러스 이외에 다른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수 역시 많았습니다. HIV 등 원래 다른 질병을 앓고 있던 사람들이 에볼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보건 시설에서 치료받기를 꺼려하여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교육 프로그램 또한 중단되었습니다. 에볼라로 인해 학교가 폐쇄되면서 아이들이 더이상 수업을 들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에볼라 확산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잘못된 매장방법에 있었습니다. 전염의 70%이상이 허술한 시체관리와 잘못된 매장풍습으로 인해 발생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그 해 10월 시에라리온의 국립 에볼라 대응센터에서는 컨선월드와이드에 '안전한 매장(medical burials)' 프로그램 개발을 요청했습니다. 컨선은 모든 희생자는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생을 마무리할 권리, 가족들은 사랑하는 이를 충분히 애도할 권리가 있음에 주목하고 아일랜드 최대의 상조 단체 글래스 네빈 트러스트의 묘지관리 시스템을 기반으로 '존엄하고 안전한 매장(Safe and dignified Burials Programme)'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 프리타운 워털루에 있는 에볼라 희생자들의 묘(2015). 사진: Kieran McConvile/컨선월드와이드


'처분 대상'으로 전락한 시신. 슬퍼할 공간이 없는 가족들‘존엄하고 안전한 매장’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 앞서, 컨선은 현지 매장실태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조사 결과, 매장풍습과 시체 관리법이 전염의 70%이상을 야기한다는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에볼라 바이러스로 사망하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매장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체를 수거하는 데만 5일 이상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 구의 시체를 한 무덤에 같이 매장했고 시체의 신원은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한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가족들은 그들을 그리워할 장소도 애도할 장소도 없었습니다. 매장을 하는 요원들 역시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채 열악한 장비로 활동해야 했고 2차 감염의 위험이 높았습니다. 

이에 고민하던 컨선은 ‘존엄하고 안전한 매장’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우선은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관리하는 작업부터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 5일 이상 걸리던 시체 수거 작업이 단 24시간 이내에 이루어졌습니다.
● 사망자 수를 파악하는 것도 훨씬 수월해졌고 가족들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 소식을 전해 받을 수 있었습니다.
● 집단으로 매장하던 시신들도 각 개인마다 한 개의 독립된 묘역에 매장되었습니다.
● 가족들은 언제든지 사랑하는 사람의 묘지를 찾아가 애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기존에 비와 바람에 의해 닳아 없어졌던 나무 묘비석은 튼튼한 돌 묘비석으로 교체되었습니다.
● 그리고 묘비석에 들어갈 묘비명은 가족들로부터 직접 작성되었습니다. 이 모든 매장의 과정은 가족에게 전부 공개되었습니다.

  • 킹 톰 공동묘지에서 자신의 큰아들이 묻히는 것을 지켜보는 조셉 존 콘테(2014). 사진: Kieran McConvile/컨선월드와이드

  • 프리타운의 바나나 워터 지역에서 사망한 술라이만 베리(7)를 위해 기도하는 가족과 친구들(2014). 사진: Kieran McConville/컨선월드와이드

  • 킹 톰 공동묘지에 매장된 한 에볼라 희생자의 무덤(2015). 존엄하고 안전한 매장 진행기간 동안, 킹 톰 공동묘지에는 하루에 약 80여구의 시신이 매장되었다. 사진: Kieran McConvile/컨선월드와이드
  • 킹 톰 공동묘지에 매장된 한 에볼라 희생자의 무덤(2015). 존엄하고 안전한 매장 진행기간 동안, 킹 톰 공동묘지에는 하루에 약 80여구의 시신이 매장되었다. 사진: Kieran McConvile/컨선월드와이드


일주일에 최대 450구 매장에도 불구, 매장요원 감염률 0 12명씩 이루어진 10개의 ‘존엄하고 안전한 매장’ 팀은 1년여의 시간 동안 1만 3,500구의 시신을 매장했습니다. 에볼라 사태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에는 일주일에 평균 450구의 시신을 매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진행된 매장은 이전의 잘못된 매장풍습이 야기했던 2차 감염의 위험을 차단시켰습니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현장에서 직접 시체를 매장했던 매장요원들 중에서도 에볼라 감염 사례가 전무했다는 점입니다.  

‘존엄하고 안전한 매장’은 분명 매장요원들의 헌신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매장에 참여한 이들은 지역사회는 물론 가족으로부터도 외면 받아야 했습니다. 에볼라 접촉자라는 시선, 고된 작업 후 휴식을 취할 곳의 부재, 본인이 전염될 수 있다는 위험까지, 이들은 그 누구보다도 극심한 편견과 위험에 맞서야 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이미 가정을 포기했어요. 제가 방금 시체를 수거한 그 지역에서도 저를 버렸어요. 저는 지금 차고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그 차고를 관리하는 제 친구, 단 한 사람만이 저를 받아줬어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컨선은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을 진행했습니다. 지역 사회에 라디오를 배부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에볼라 인식 개선 프로그램을 시작하여 잘못된 편견과 인식을 바꾸고자 했습니다. 매장요원들에게는 6일 작업 시 1일은 쉴 수 있는 휴무를 보장했고 하루에도 몇 십구의 시체를 보았을 이들을 위해 심리상담치료를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매장요원들에게 안전을 최우선으로 작업하도록 노력했습니다.

  • 페트릭을 포함한 7번 매장팀이 프리타운의 한 아동병원에서 사망한 8명의 아이들을 공동묘지로 옮기고 있다(2015). 2014년 10월부터 진행된 존엄하고 안전한 매장에 참여했던 매장요원들은 단 한명의 감염자 없이 성공적으로 매장을 마무리하였다.사진: Andrew McConnell/컨선월드와이드

  • 워털루 공동묘지에서 매장요원들이 에볼라 희생자들이 묻힐 무덤을 파고 있다(2015). 사진: Andrew McConnell/파노스 픽쳐스(Panos Pictures), 컨선월드와이드
  • 워털루 공동묘지에서 매장 준비를 하는 1번 매장팀(2015). 사진: Andrew McConnell/파노스 픽쳐스(Panos Pictures), 컨선월드와이드
  • 워털루 공동묘지에서 매장준비를 하고 있는 매장요원들(2015). 사진: Andrew McConnell/파노스 픽쳐서(Panos Pictures), 컨선월드와이드
  • 7번 매장팀에서 살충제분무기를 다루는 다니엘 세와(2014). 그의 핸드폰에는 그를 응원하는 세 명의 아이들 사진이 있다. 비록 이웃들은 그에게서 등을 돌렸지만, 자신의 나라와 인류를 위해 존엄하고 안전한 매장에 참여하고 있다는 다니엘. 사진: Kieran McConvile/컨선월드와이드 

  • 컨선월드와이드가 매장요원들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심리치료교실(2015). 사요 파토르마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Michael Duff/ 컨선월드와이드


다가오는 전염병에 맞서서, 그리고 재회 컨선과 헌신적인 지역주민들간의 협력은 워털루(Waterloo)와 킹 톰(King Tom), 두 개의 공동묘지에 13,500명이 넘는 사망자들을 성공적으로 매장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는 “2015 EU 보건상” 수상으로도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2016년 3월, 마침내 시에라리온에는 공식적으로 “에볼라 종식”이 선언되었습니다. 같은 해, 시에라리온 현지 매장요원들은 에볼라에 맞서 싸운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염병에 맞서기 위한 현지 NGO를 설립했습니다. 컨선 역시 이들의 새로운 도전을 도왔습니다.

  • 워털루 공동묘지에서 페트릭 바시시(2016). 존엄하고 안전한 매장에 참여했던 그는 동료 매장요원들과 함께 컨선의 지원을 받아 Protect Sierra Leone 이라는 공중환경보건단체를 만들었다. Protect Sierra Leone은 시에라리온 지역사회의 보건을 증진하는 일을 하고 있다.사진: Jonathan Porter/프레스아이(Press Eye), 컨선월드와이드

그리고 2017년 8월, 컨선과 매장요원들은 최악의 시에라리온 산사태 재난에 맞서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산사태로 인한 사망자는 이미 499명에 달하였고 이들은 다시 “에볼라 공동묘지”에 묻히고 있습니다.


>> 시에라리온 산사태 구호일지(2017.08~)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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